밖에서 뛰기 좋은 날씨다. 겨울에는 헬스장에서 운동하지만 매년 돌아오는 봄에는 집 근처 공원에서 뛰는 것이 소소한 행복 중 하나다. 그런데 헬스장에서만큼 밖에서 뛰지 못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러닝머신 위에서 30분 뛸 수 있는 것도 밖에서는 20분 채우기가 어렵다. 생각만큼 다리가 올라오지 않고, 숨은 훨씬 헐떡댄다. 이러한 데는 몇 가지 차이 때문인 것 같다.

우선 러닝머신은 뛰기 싶다. 뛰는데 최적화된 기계다. 내가 멈추지 않아도 바닥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 사방이 막힌 헬스장 안은 바람도, 더위도, 추위도 없다. 운동욕을 자극하는 비트 있는 음악도 빵빵하게 흘러나온다. 게다가 비슷하게 뛰고 있는 다른 러너들을 보면 여간해서 포기할 수 없다.

한편 도로 위 상황은 좀 다르다. 땅이 고정되어 있다. 바닥을 딛고 내 체중을 밀어내지 않으면 뛸 수 없다. 항상 속도 조절을 인식해야 지치지 않고 뛸 수 있다. 예외 상황도 빈번하다. 교차로에서 자동차가 나타날 수 있고 뛰돌던 어린아이와 부딪칠 수도 있다. 반려견을 마주치면 멈추고 예뻐해 주고 싶은 유혹도 참고 지나가야 한다. 구질구질한 이어폰 선과 핸드폰도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한다. 맞바람과 뜨거운 햇살 혹은 손시림도 감내야 하는 것이 도로 위의 달리기다.

날씨가 좋아 밖으로 뛰다 보니 우리네 일하는 모습과 다소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은 환경이 갖추어져야만 일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남들이 준비해 줄 때까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동료가 다가오면 최소한의 답변만 한다. 어쩌면 다른 시간에 만나자고 할지도 모른다. 보통 이렇게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도로 위를 뛰는 “진짜 선수”들을 가끔 만난다. 본인의 역할이 있지만 이 선수는 인프라, 백엔드, 프론트엔드를 게의치 않고 여기 저기 쑤시고 다닌다. 자신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다가온 동료를 대하는 모습도 사뭇 다르다. 키보드에 올려놨던 손을 차분히 내려 놓고 의자를 돌려 동료와 시선을 마주한다. 질문을 들으면서 어떻게든 자신이 도울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매번 이런 동료를 만나는 것은(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무척 영광스러운 순간이다.

오늘도 출근이다. 우리는 헬스장을로 갈까, 도로 위로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