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노드JS 강의는 난이도 조절 실패로 모두가 어려워했다. 종료시간은 다가오고 준비해온 것은 절반도 못해고. 초초하다. 결국에는 나중에 글로 정리해서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달이 지나서야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렸다.
발표의 두려움
나는 언제부터 강의를 시작했을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면 남들 앞에서 말하는것 자체가 공포다. 대학 졸업 논문 발표 때 교수님들 앞에서 내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얼마나 떨리고 두려웠는지 모른다. 20대 중반의 어리숙한 청년이 연구물이랍시고 교수진 앞에서 설명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 당시 영상을 보면 지금도 손발이 오그라든다.
첫 직장에서 보안인증심사(ISO27001) 준비를 위한 담당자였다. 경력 2년이 안된 신입사원이 대리, 과장 20여명을 회의실에 모아 놓고 일정과 업무 분장을 지시했다. '내가 제대로 하는건가?', '저들이 내 계획에 딴지라도 걸면 어떻게 하지?' 불안한 생각이 들었고 실수하지 않으려 바짝 긴장해 있었다. 그렇게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무척 두렵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었다.
첫 강의
양재동 코드랩이라는 이름으로 실습 위주 세미나를 진행한 것이 나의 첫 강의 무대다. 스타트업에서 개발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내가 코딩 강의를 한다는 것이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과연 일 년 간의 기술 노하우를 (당시는 앵귤러를 사용했다) 누가 배우려고 할까?', '남들에게 지식을 전달할 위치에 있기나 한건가?'라고 자문하며 의기소침해 있었다.
코드랩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모인 분들은 앵귤러라는 신기술을 실무에서 어떻게 썼는지 꽤나 궁금해 했는데 당시엔 자료가 충분치 않았다. 질문도 많았고 도움이 되서 고맙다는 피드백도 들었다. 무척 뿌듯했다.
이후 몇 개 기업으로부터 강의 부탁을 받았다. 앵귤러를 도입하고 싶은데 같은 내용으로 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주니어 개발자 뿐만 아니라 차/부장급 되시는 분들도 랩탑 앞에 다소곳이 앉아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몹시 부담되는 순간이다.
코드랩과 달리 실무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이 많았다. 그만큼 치밀하게 강의 준비를 해야만 그들의 기대수준을 맞출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이 나를 한층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단순히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해야만 쉬운 말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요 몇년 사이 유데미와 비슷한 국산 교육 플래폼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난 인프런이란 사이트에 강의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미 익숙한 앵귤러를 시작으로 노드JS와 프론트 엔드 기술 강의 영상을 제작했다.
- AngularJS 기본 개념과 To-Do 앱 만들기 실습 - 앵귤러 강좌
- 테스트주도개발(TDD)로 만드는 NodeJS API 서버
- 실습 UI 개발로 배워보는 순수 javascript 와 VueJS 개발
- 견고한 JS 소프트웨어 만들기
- 트렐로 개발을 통한 Vuejs, Vuex, Vue-Router 프론트엔드 실전 기술
온라인의 특징은 명확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는 인터넷 공간 특성 때문에 수강자 수가 비교할 수 없이 많았다. 질문과 피드백도 넘쳐났다. 질문을 보면 사람들이 내 강의의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도움이 되었다는 리뷰를 통해 결과물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물론 인프런 서비스가 편한것 만은 아니다. 강사와 학생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다소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은 질문하고 도움을 구한다. 불편한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본다.
전문 교육 기관
사 년간 강사 활동을 하다보니 패스트캠퍼스나 T아카데미 같은 코딩 전문 교육 기관에서도 컨텐츠를 찾아 주었다. 이곳은 개발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비교적 절실한 마음으로 모인 곳이다. 그만큼 엄청나게 집중한다. 특강 형식의 일회성 수업만 진행했는데 열의가 대단했다. 그들의 기대 수준을 맞추려면 지금까지 준비했던 노력 이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되는 실험
난 본업이 있다. 문제 해결이 필요한 곳에서 그것을 기술로 풀어내는 것이 개발자로서 내가 집중해야 할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놓치 않는 이유는 뭘까? 아마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아닐까?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내가 가진 지식을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게 쉬운 언어로 설명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음 해에도 어떤 형태로든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강의 실험'**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