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고통을 수반한다. 마지막까지 부들부들 떨며 아령을 들어 올릴 때 근육 하나가 생긴다.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은 오늘의 허기를 참아내야만 살이 빠진다. 무엇이든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기 위한 과정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듯하다. 유혹을 참고 고통을 인내할 수 있는 것은 목표에 대한 강한 집중력이라고 생각한다.
학생
대학 시절 얘기를 잠깐 꺼내 보자. 입학하고선 All F를 받았다. 휴학을 하고 2년간 군 복무, 1년 6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3년 반 만에 학생 신분으로 다시 돌아오니 모든 것이 초기화되어 있었다. 학사경고 딱지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달라지고 싶었다. 서울 생활을 뒷바라지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잘 해내고 싶었다. 공부만 집중하도록 모든 생활방식을 거기에 맞추었다. 공부하는 습관을 몸에 베게 하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4년을 그렇게 버텨서 꽤 괜찮은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개발자
개발자로 일하고 싶었던 나의 첫 직장은 일반 사무직. 그것도 모든 일을 한다는 총무다. 3년을 일하고 퇴사했다. 마침 지인을 통해 스타트업에 들어갈 수 있었고 서버/웹 개발자로 포지션을 잡았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지만 3년간 개발에 손을 놓은 상태였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해 뭘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2013년. 노드와 앵귤러가 이제 막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PHP와 제이쿼리만 해왔던 나는 이걸 잡아야만 할 것 같았다. 3년을 그렇게 일에 몰두하고 나니 소프트웨어 개발자 티가 나기 시작했다.
근황
요즘 마음이 불편하다. 기술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불안함일지도 모른다. 변화의 시점이 온건 아닐까?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과정이 다소 벅차다. 공부해야할 것도, 일해야할 것도 많다. 내 키를 훌쩍 넘은 높다란 장벽처럼 보인다. 그걸 마주하면 무력감이 든다. 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체력도 부쩍 떨어지는 것 같다. 이번에도 고통스러울게 뻔하다. 어쩌면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중해야한다. 그렇게 몇 년을 버티면 변화할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