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 중에 가끔 내 블로그에 대해서 언급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있다.
블로그 잘 보고 있어요.
블로그 보고 많이 도움됐어요.
누군가가 내 블로그에 방문해 준다는 것은 관심받는 느낌도 들고 구글 봇에게 인정받는 느낌도 들어서 기분이 좋다. 개발하다가 부딪친 문제를 해결하는데 내가 쓴 글이 도움이 된다는 것에 특히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기술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해서 개발을 잘 한다라고 여기는 것은 다소 비약적이다. 글을 쓰는 것과 개발을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나 보다 훨씬 뛰어난 개발자들이 많고, 실제로 같이 일을 해보면 "나도 저렇게 잘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능력있는 분들도 있다. 어떤 분은 집필을 하기도 하고 나처럼 블로그를 쓰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두 글을 쓰거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글쓰는 것에 관심이 없거나, 쓰고 싶어도 우선순위에 밀렸거나, 아니면 기역력이 좋아 전부 머릿 속에 담아뒀을 수도 있다.
'난 왜 블로그를 쓰는걸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친구들에게도 하는 말이지만 나는 생각보다 기억력이 나쁘다. 그래서 기록에 의존하는데 오히려 기록 때문에 기억력이 더 나빠지는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까먹지 않고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기록을 하는 편이다.
대학교 다닐 때 어떤 실무 개발자와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워드 파일에 유닉스 명령어를 잔뜩 적어 두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걸 보고 나도 문서 파일에 개발 팁을 기록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파일은 검색이 잘 안되서 이후에는 에버노트를 사용했다. 하지만 정리되지 않는 메모가 쌓이다 보니 잘 안보게 되더라. 여러 개의 파편적인 데이터를 모아 하나의 글로 완성하는 것이 내게는 의미있는 정보였다. 그래서 블로그라는 형태로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인터넷에 공개된 블로그는 나만 볼 수 있던 기존 형태와 달리 재밌는 부분이 생겼다. 내가 쓴 글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반응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뭘 찾고 있는지, 사람들이 이해할 만큼 쉽게 설명하는지를 블로그에 달린 댓글로 추측할 수 있다. "할머니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여야 비로소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댓글에 달리는 질문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자문하게하는 회초리 역할을 한다. 아직은 사례가 없지만 내가 잘못 이해한 것에 대한 지적도 기대한다.
블로그를 쓰는 것은 마치 학창 시절 레포트를 쓰거나 회사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과 같다. 레포트 쓰는 것이 그렇게 귀찮고 싫었는데 막상 공부해보면 이것만큼 효과적인 공부 방법도 없는 것 같다. 책에 있는 내용을 내가 이해한대로 나만의 언어로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식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도 그렇다. 정형화 되어 있지 않은 현상을 다룰수 있을만한 크기의 문제로 정의하고 서론, 본론, 결론으로 정리하는 보고서가 일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개발할 때 뭉뚱그려 '개발' 이라고 칭하지 않고 범위를 정해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정리하는 습관은 일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블로그 쓰는 이유에 대해 두서 없이 정리해 보았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블로그를 통해서 성장하는 것이지 개발을 잘하기 때문에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